1. 개막의 파란
새만금 잼버리의 시작은 참으로 비극적이었다. 2023년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이 국제적인 행사의 영예에 반짝이는 눈빛이 아니라 걱정과 불안의 표정으로 시작된 것이다. 폭우와 폭염이 잼버리의 오프닝을 흐트러뜨리기 시작했다. 장마철에 내린 빗물로 인해 야영장은 진흙탕이 되었고, 역대급 폭염은 나무 한 그루 없는 간척지인 새만금에서 온열질환 환자를 폭발시켰다. 주최 측은 그늘 쉼터를 설치하려 노력했지만 불충분했다. 야영장의 시설 관리 역시 흠이 있었으며 모기와 화상벌레의 침공은 참가자의 불만을 키웠다. 영국, 미국, 싱가포르 등의 대원은 새만금에서 철수해야 했으며 세계스카우트연맹은 대회 중단을 요구했다.
이렇게 새만금 잼버리는 이미 출발선에서 걸림돌에 걸려 넘어진 듯한 상황에 처했다.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이대로 망하나"라는 물음표가 커지기 시작했다. 한국의 국제적 명성과 이후 국제 행사 주최 능력에 흠집이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이 커졌다.
2. 구조의 움직임
상황이 악화되자 우리나라 정부와 지자체는 발 벗고 나서 잼버리를 구하기 위한 활동에 몰두하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냉방버스, 생수 등의 지원을 지시하며 중앙정부가 이 문제의 해결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새만금 현장을 직접 찾아 시설 점검을 하며 대책을 마련하게 됐다. 지자체 역시 소극적인 태도를 버리고 팔 걷어붙여 대응했다. 태풍 ‘카눈’으로 인해 대원들이 전국 8개 시·도로 급히 이동하게 되자 지자체는 숙소, 체험, 관광 프로그램을 마련해 대원들을 맞았다.
이 과정에서 조직위원회와 충남 홍성군 간의 의사소통 결함으로 인한 숙소와 식사 마련의 혼란도 발생했으나 잼버리의 안정적인 진행을 위한 노력은 계속됐다. 국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응은 당장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해냈으나 여기에 숨겨진 본질적인 문제와 그 해결 방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대응이 필요함을 상기시켰다.
3. 문화의 양날
잼버리의 마무리는 11일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팝 슈퍼라이브 콘서트’로 화려하게 장식되었다. 원래 6일 새만금 야외무대에서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폭염과 태풍의 영향으로 급히 시간과 장소를 변경한 결과였다. 이 변경 과정에서 안전 난간이 없이 무대 설치와 같은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사례도 발견되었다. 또한, 원래 출연 예정이던 11팀에서 19팀으로 가수 팀 수를 늘리면서 '잼버리를 위해 가수들을 강제로 동원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이렇게 문화의 축제로 마무리되어야 할 이벤트가 다소 미묘한 뒷맛을 남기게 된 배경엔 급박한 상황 대응과 더불어 철저한 계획과 관리의 부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콘서트의 성공은 분명히 기억될 잼버리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이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앞으로의 국제 행사 개최에 대한 교훈으로 남을 것이다. 이번 잼버리를 통해 국내 문화 콘텐츠의 세계화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으나 동시에 그 진행 과정에서의 세심한 관리와 준비의 중요성 역시 강조되었다.
4. 산더미같은 과제
새만금 잼버리가 폐막된 지금, 앞으로 처리해야 할 과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국제 망신'이라는 가혹한 평가까지 받았던 잼버리의 문제점은 국내에서의 재발 방지 대책뿐만 아니라 앞으로 2025 아시아·태평양 잼버리, 2030 부산엑스포 유치 등의 중요한 국제 행사에 대한 계획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① 책임의 소재
전라북도와 여성가족부가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으며 정부는 이를 포함하여 관련 기관의 업무 처리 상황을 철저히 조사할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중앙정부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② 이상 기후 대응책
폭우, 폭염, 태풍과 같은 기후 문제에 대한 실제 상황 가정하에 대응 매뉴얼 마련이 시급하다. 기후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이번 사례를 통해 얻은 교훈은 앞으로의 대응 계획에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③ 협력 체계의 문제
정부와 지자체 간 협력이 원활하지 않았던 점, 조직위가 공동위원장으로 구성되어 책임과 지시가 모호했던 점 등 협력 체계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 과제들은 단순히 잼버리 한 행사의 문제를 넘어 국가 이미지와 미래 국제 행사의 성공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과제의 신속하고 철저한 처리는 미래의 국제 행사 성공을 위한 필수 과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5. 미래를 위한 반성
새만금 잼버리의 후폭풍은 한동안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을 단순한 행사의 실패로 여기기엔 그 의미가 너무나 크다. 국제 사회와 국민 모두에게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이제 그 공백을 메울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필자의 관점에서 볼 때, 이번 사건의 교훈은 단순한 계획 부족, 협력 부재 등의 표면적 문제를 넘어 조직과 체계, 심지어는 리더십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던져주고 있다. 지자체와 정부, 관련 기관 간의 협력 체계가 매끄럽지 못했던 것은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불명확성과 관련된 근본적인 문제에 연결된다.
또한 이번 잼버리를 통해 우리 사회가 기후 위기에 대해 얼마나 미숙한지를 직시할 수 있었다. 기후 변화는 이미 당면한 현실이며 그에 대한 대응 전략과 실행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국제 행사에서도 유사한 실패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결국 새만금 잼버리의 실패는 한 번의 실수로 여기면 안 되는 소중한 교훈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이를 통해 조직의 문화와 리더십, 기후 위기에 대한 인식을 바꿔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국가의 명예와 미래가 담긴 중요한 국제 행사가 앞으로도 계속될 텐데 그 성공을 위해선 이번 사건에서 얻은 교훈을 소중히 여기며 실질적인 변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함을 분명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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